아직 질리지 않았습니다
1993년, 저는 제1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이었습니다. 그해 수능은 두 번 있었습니다. 11월에 두 번째 시험을 끝내고 바로 다음 주, 동네 지인의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제 첫 수업이었습니다.
그 뒤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과외를 쉬지 않았습니다. 울산에서, 서울 여의도에서, 강남에서, 강서에서 많은 아이를 만났습니다. 대학에는 독어독문학으로 입학해 영어영문학을 복수전공했고, 누구보다 많은 학점을 채운 채 2000년에 졸업했습니다.
울산으로 돌아온 그해, 아는 분이 학원을 처음 연다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잠시 돕겠다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 '잠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는 어떻게, 왜 이런 생각을 하며 공부하게 되었을까.
수많은 의문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보여 준 행동과 결과가 있었고, 성장과 좌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모두 지나왔는데도, 한 아이의 문제와 생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일이 저는 아직 질리지 않습니다.
조용한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
밖에서 보면 교실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수많은 선택과 생각이 겹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내린 선택 하나를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열 번, 스무 번 외워 간 시험 범위였는데도 시험 당일의 선택 하나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까지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무엇을 외웠는지만큼, 그 순간 어떤 생각으로 선택하는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내일도 궁금한 마음으로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며 저 또한 많이 자랐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궁금한 마음으로 학원에 출근합니다. 서른 해 넘게 이 일을 해 온 비결을 묻는다면, 저는 그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