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코치는 함께 헤엄치지 않는다
공부하는 순간의 긴장감,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궁리는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대책을 세우고, 전략을 짜고, 승리를 이끌어 냅니다.
하지만 공부는 게임처럼 여길 수 없는 아주 엄격한 조건에서 이루어집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단 한 번의 선택과 단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그 낯선 긴장의 순간에 필요한 기지와 선택, 용기를 미리 연습해 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교실을 연습장으로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 주고 시험 범위를 정해 주는 강제적인 상황을, 아이가 압박이 아니라 자기 기량을 펼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을까. 그 방법이 게임이라고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왜 게임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왜 이길 때까지 집착하며 다시 도전할까요. 이 질문을 아이의 성장과 기질에 연결한 강연과 연구들을 찾아 읽으며 확신이 생겼습니다. 수업 시간이 매번 나의 부족함과 맞서고, '어쩌면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연습하는 시간이 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공부를 선생님이 이끄는 즐거운 레크리에이션처럼 느끼게 하고, 그 성장이 쌓여 가도록 수업을 설계했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제한된 환경에서 자란 유아와 초등학생들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원한 선생님
그런데 그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안정감과 성장을 가져다준 것은 교재를 그대로 읽어 주고 지도안을 그대로 옮겨 말하는 선생님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선생님을 원했습니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어떻게 노력하면 되는지를 알려 주는 사람. 기다려 주고, 객관적인 생각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전해 주는 사람. 자신을 지켜봐 주는 조력자였습니다.
공부를 즐겁게 하는 흐름이 자리 잡자, 많은 아이가 스스로의 책임 아래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과 2025년 NEPT에서는 두 해 연속, 한 학원에서 한 시험에 만점 대상자가 세 명 넘게 나왔습니다. 그 결과는 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었습니다.
수영 코치는 함께 헤엄치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가 붙잡은 것은 선생님의 자리였습니다. 정답을 기대하며 아이를 밀어붙이는 사람, 정확한 답을 넣어 주려고 아이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막아서는 사람이 아니어야 했습니다. 충분히 헤매고 충분히 고민한 끝에 원리를 이해하는 순간, 그리고 자기에게 부족했던 문제 해결 능력을 스스로 채우는 순간을 북돋아 주는 사람. 티칭이 아니라 코칭하는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수영 선수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수영 코치가 함께 헤엄치지는 않습니다. 코치는 선수를 지켜봅니다. 어느 구간에서 입수가 잘못됐는지, 호흡이, 팔 동작이, 킥이, 방향과 각도가 어디서 어긋났는지를 모두 관찰합니다. 그리고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경험에 근거한 조언을 건넵니다. 그것이 진짜 코칭이고, 수많은 메달과 세계 신기록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교실도 그렇게 바뀌었습니다. 아이마다 다른 역량과 경험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를 건너뛰지 않고, 함께 천천히 그 상황을 넘어서며 진짜 실력을 만드는 교실입니다.
실전의 압박 앞에서
외국에서,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낯선 상황에서 영어로 말을 꺼내는 일은 엄청난 압박을 이겨 내야 겨우 자신 있게 나옵니다. 무대에 선 가수나 결승 레인에 선 수영 선수가 느끼는 압박감은 바깥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 순간에 필요한 담대함은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니", "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 하지 않았니"라고 말하는 선생님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의 부족한 점과 좋은 점을 모두 정확히 알고, 그 아이를 확신하며 북돋아 주는 진정한 서포터에게서 나옵니다. 훌륭한 선수는 그런 자리에서만 발굴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공부를 결정할 자유
돌아보면 "공부는 게임"과 "티칭이 아니라 코칭"은 서로 다른 말이 아니었습니다. 공부는 도전이라는 생각을, 선생님의 역할로 가장 현실적으로 옮긴 말이 코칭이었습니다.
교실은 공부하고 싶은 아이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그 공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에 대한 충분한 지지와 응원이 있을 때 성장의 공간이 됩니다. 그때 아이는 자기 한계를 넘어섭니다. 그 믿음이 우리 방식을 바꾸었고, 또 그 방식을 확신하게 해 주었습니다.